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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되돌아보는 582일간의 '의무경찰' 로서의 군생활

h__glacier_ 2020. 10. 17.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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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되돌아보는 582일간의 의무경찰 생활

30: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의무경찰, 그 만큼 가치있었던 582일간의 소중한 경험


2018/02/26

대한민국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할 것 없이 현역으로 입대를 해야한다.

보통 고3 수능 끝날 때 쯤 '입영대상자 병역판정검사' 라는 것을 받는다.

이를 거치면 내 신체가 얼마나 건강한지에 대한 척도가 '1급~7급' 사이로 결정되어 나온다.

 

여기서 1~3급이 현역 복무 대상이고, 4급부터는 공익/면제/재검사 대상이다.

수능 끝나고 검사를 받은 내 신체등급은 '1급' 이였다.

어차피 특별히 불편한 곳 없어서 현역으로 입대할거 1급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한국의 현역 복무제도 (출처 : 나무위키 '의무경찰')

군대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던 나는, 신나게 대학생활을 (놀면서) 보냈다.

그러다 보니 다가온 10월,

1학년을 마치고 입대할 예정이였는데 이 날이 다가오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비행기를 좋아하고 대구에 큰 부대들이 많아 장점이 많은 공군으로 복무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는데

어느날 친구가 의경시험을 치러 가보자는 제안을 했다.

의무경찰에 대해선 많이 들어보았지만 경쟁률이 높아 뽑히기 힘들것 같았고

이미 카투사 추첨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어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모 아니면 도, 친구와 둘이서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의경시험을 보고 왔다.

간단한 체력검사와 적성검사로 끝났다.

그러고 얼마 안되어서 좋은 소식을 접했다.

경쟁률이 30:1에 육박하는 의경이라 기대도 안했는데, 한 번 만에 되어서 나도 놀라고 친구도 놀랐다.

그렇게 시작된 '의무경찰' 로서의 내 군생활.

2019.03.21

잊을 수 없는 입대날.

 논산훈련소 25연대 10중대에 입소하였다.

(25연대는 의무경찰/의무소방/사회복무요원 을 위한 4주차 과정 입소자들만 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1달동안 전자기기와 떨어져 살았던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
인터넷, 전화선과 단절되어 사는 것의 불편함,

내 의지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억압감,

먹고싶은 것을 먹지 못하는 고통,

보고싶은 사람과 떨어져 있는 그리움, 등등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환경과 상황에 적응해가는 나를 보며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많은 것 들을 배워 나온 4주였다.

그렇게 4주동안의 육군생활은 끝이 났다.

 

 

2019.04.18

잊을 수 없는 수료식

이 때 스마트폰을 한달만에 만지고 신세계를 느꼈던 기억이 인상적이였다.

 

한달만에 보는 부모님과 잠깐의 시간을 가진 뒤 '대구지방경찰청 의무경찰교육센터'로 이동했다.

현재는 사라졌지만, 대구/경북 지역의 의무경찰 자원들을 교육시키는 곳이였다. 

집과 가까이 위치해 있어 너무 반가웠다.

경찰측에서 대절한 버스를 타고 각자 발령난 지방청 교육센터로 이동한다.

 

입대 전에 밥을 먹었던 곳, 수료날 교육센터로 이동하며 군복을 입고 방문했던 곳, 의경복무중 서울출동으로 수십번은 더 방문했던 곳

추풍령 휴게소는 평생 잊지 못할 곳이다.

 

2020.05.30

첫 철야 출동이자 가장 힘들었던 울산 현대중공업 출동

노조가 한마음회관을 불법점거 하고 있는 상황이라 우발대비로 길거리에서 진압복을 입고 밤 새 대기했던 출동이다.

보통 이런 상황은 버스에서 대기 하다가 특이사항이 있으면 출동하는데,

이날은 전날 저녁부터 다음날 점심까지 길거리에서 대기를 해서 너무 힘들었던 경험이였다.

 

2019.07.01

대구 의무경찰/경찰관 기동대 의 여름시즌 주요행사 중 하나인 '퀴어축제'

대구 시내에서 행진을 이어가고 행사를 하는 평범한 행사이지만

매년 반대집단들의 반발로 많은 경찰력이 동원된다.

 

 2019년 퀴어축제엔 폭우가 쏟아져서

구두에 물이 다 들어가고 온 몸이 젖은 채로 대구 시내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폭우에도 경찰/의경 분들의 노력 덕분에 별 일 없이 마무리 되었다.

 

2019.07.02

미국 트럼프 대통령 한국 방문으로 인해 전국 경찰에 '갑호비상' 이 내려졌던 날이다.

보통 퀴어축제 같은 큰 출동 다음날은 쉬어야 하는데

전국 경찰력이 동원되어야 하는 '갑호비상' 사태라 어쩔 수 없이 쪽잠 자고 서울갔던 기억이 난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차량 경호 행렬이 동시에 지나가는 도로를 경호했던

절대 잊을 수 없는 좋은 경험이였다.

 

항상 궁금했던 트럼프 경호차량 중 '재밍 차량' 을 실제로 보아서 신기했었다.

 

2019.08.02

청주에서 조은누리 라는 여자 아이가 산 속에서 실종되어서 전국이 들썩했었다.

이 때, 많은 소방/경찰 인력이 수색에 투입되었고 나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많은 수색출동을 해보았지만, 성과를 거두기 힘들었는데

이 날은 이 어린 여자아이가 오랜시간 잘 버텨 주었고, 많은 사람이 노력한 끝에 찾을 수 있어서 너무 뿌듯했다.

기적이란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것이구나 싶었다.

 

2019 8월, 9월, 10월, 11월

2019년 8~11월은 정말 의경에겐 최악의 시기였다.

민주노총 비정규직 관련 집회, 금속노조 국회 집회, 조국 사태 관련 집회, 등

정말 많은 집회 시위가 서울에서 벌어졌다.

따라서 일주일에 두 세번씩 서울을 왔다갔다 하며

4달중 대부분을 버스에서 지냈다.

 

이 시즌동안 약 40번 이상 서울을 왔다갔다 하며

서울의 웬만한 곳은 다 가보았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크고작은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다양한 방면에서 생각해보는 힘을 기르게 된 좋은 경험이였지만

체력적으로는 너무나도 힘든 4달이였다.

 

2019.12.10

대구달서경찰서 방범순찰대 부대 해단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로 현역입대 자원이 많이 부족하여

의무경찰 제도가 2023년에 폐지된다.

따라서, 인원을 계속해서 감축해가고 있으며 내가 있던 부대는 해체수순을 밟았다.

대구달서경찰서의 마지막 의경부대를 장식하고 나온 의미있는 기록이고

내가 직접 해단식 날 재생할 기념영상을 제작하여 표창까지 받은 소중한 경험이였다.

 

2020.01.30

중국 우한발 신종 바이러스가 갑자기 전 세계를 뒤덮었다.

우한 교민을 격리할 시설을 경비하러 온 출동이였는데

이 때 까지만 해도 이 바이러스가 우리 일상을 바꿔놓을 지 몰랐다.

 

이 우한폐렴은 코로나-19 로 명명되었고

이 코로나-19는 전국민의 일상을 뒤바꾸어 놓았다.

 

또한 의무경찰을 포함한 모든 군인들의 휴가/외출이 막혔다.

 

2020년 3월 ~ 10월

다양한 경비상황 (집회시위/실종자수색) 등으로 전국을 누비던 작년과 달리

2020년은 코로나-19 때문에 조용하였다.

 

3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되며 부대 안에 갇히게 되었고

할 게 없으니 자연스레 자기계발에 손을 댈 수 있었다.

 

따라서 컴퓨터활용능력 1급, 워드프로세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토익 고득점

많은 자격증 들을 딸 수 있었고

군생활 중 가장 의미있는 시간들 이였던 것 같다.

 

자격증 뿐 만 아니라, 코딩공부도 겸했었는데

'학문' 으로 생각했던 코딩, 즉 프로그래밍이 취미로 바뀌게 되었고

C언어, 웹프로그래밍, 파이썬, 자바, 안드로이드 등 많은 언어를 경험해 보며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직접 전역일계산기 컴퓨터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소대 내 컴퓨터에 설치해보기도 했고

대원들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안드로이드 어플로도 제작했었다.

이 어플은 현재 1000 다운로드를 앞두고 있다.

 

의무경찰 성적표 - 의경 전역일 계산기 앱, 내 군생활은 몇등급일까? - Google Play 앱

현재 방범순찰대 복무중인 의경이 직접 개발하여 실제 필요한 정보만 모았습니다. 내 군생활은 몇등급인지, 지방청 인력풀 지원 여부까지 한눈에 확인하세요 :) 깔끔한 디자인으로 용량을 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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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Play의 Glacier Han 개발자 Android 앱

간단하고 직관적인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1인 개발자 입니다. 많이 사용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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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많은 안드로이드 어플을 만들어 보았고

좋은 경험이 되었다. 제대 후에도 취미로 계속 개발할 예정이다.

 

2020.10.03 / 2020.10.09

개천절 / 한글날 집회 출동

2020년 6월경 쯤 부터 코로나19가 안정화 됨에 따라

전 국민이 연초에 비해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8월 15일 광복절 집회로 인해 코로나19가 다시 대유행 하였다.

 

따라서 경찰 측에서 개천절, 한글날에는 집회를 원천 차단 하려고 총력을 쏟아부었고

덕분에 아무 일 없이 넘어갔다.

 

전역 전날 까지 출동을 보내서 가기도 싫고 답답했지만

오랜만에 광화문에서 근무하니 작년 생각도 나고 만감이 교차했다.

 

2020.10.10

원래 내 전역날은 10월 23일 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10일에 미복귀 조기전역을 하였다.

 

전역 전날 까지 서울 출동을 갔다오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갔다오는 버스 안에서 582일간의 시간들을 정리해 보니

너무도 의미있고 소중한 경험들 이였다.


바쁘게 살다보니 너무 빨리 지나간 582일 간의 군생활.

너무 착하고 좋은 선후임들만 만나서 행복했었고

기수제에서 생활하며 수직관계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군생활 하며 얻은 것들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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